사회 문화

미만 인구가 늘어간다

달무리지는 2023. 3. 6. 07:58

[만물상] 점점 뚱뚱해지는 지구인

입력 2023.03.05 20:23업데이트 2023.03.0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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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중국 시안 근교 화칭츠(華淸池)에 있는 양귀비 석상은 양귀비를 풍만한 미인으로 묘사했다. 양귀비에 쓰인 표현은 자질풍염(資質豊艷)이었다. 풍만하고 농염하다는 뜻이다. 중국 학자들 고증에 따르면 양귀비는 키 158㎝, 몸무게 75㎏ 정도였다고 한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 값(㎡)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를 계산하면 30.04로 지금 기준으로는 비만이다. 오스트리아 다뉴브 강가에서 나온 구석기 시대 여인상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도 풍만한 가슴, 굵은 허리와 엉덩이를 강조했다.

▶요즘은 살이 찐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더 큰 편이다. 대한비만학회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 58%는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은 ‘게을러 보인다’, 56%는 ‘의지력과 자제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답했다. 도올 김용옥이 유튜브에서 “배꼽이 젖꼭지보다 앞으로 나온 놈은 내 문하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이런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

▶ 비만이면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규정했다. 비만이면 혈압이 오를 뿐 아니라 심근경색·당뇨·암 등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소아 비만의 경우 아이들 성장 속도를 늦추고 성조숙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BMI가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간주한다. 물론 나이에 따라 적정 체중은 다르고 말랐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BMI가 23 정도일 때 사망 위험이 가장 낮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우리 중·고교생 비만율이 최근 10년 새 2.4배 증가했다고 한다. 중·고교생 비만율이 2011년 5.6%에서 2021년 13.5%로 뛰었다는 것이다. 성인 남성의 비만율도 같은 시기 35.1%에서 46.3%로 증가했다. 우리만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세계비만연맹은 2일 보고서에서 2020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38%였던 과체중 또는 비만 인구 비율이 2035년에는 51%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놀라운 수치다.

▶보고서는 특히 어린이·청소년과 저소득 국가에서 비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과체중·비만 인구가 절반 이상이면 기준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는 인류 전체의 몸무게를 3억9000만t으로 추정했다. 지금처럼 인류 체중이 늘어나면 지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 못지않은 글로벌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