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세상

사라진 법궤를 찾아서 2

달무리지는 2014. 5. 22. 16:58

 

  • "예루살렘서 사라진 법궤, 시바 여왕의 아들이 에티오피아로 가져 갔다"

  • 고세진 블로그
    대한성서고고학회 회장
    E-mail : youaremyhonor@gmail.com
    한국과 미국에서 신학을, 이스라엘에서는 히브리어를 전공한 후에,..
  •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근동고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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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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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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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사라진 과정에 대한 기록 없어

지금까지 시바의 여왕에 관하여 에티오피아의 최북단에 있는 악숨의 전설과 유물을 살펴보았다. 그 여인이 멀고 먼 예루살렘을 방문한 사건은 서기전 10세기 일이어서 지금은 역사적 화석이 되었다. 그러나 슬그머니 사라진 이스라엘 민족의 최고 보물이며 민족의 정체성인 계약의 상자(the Ark of the Covenant)가 그 여인과 관계되어 21세기에도 꿈틀거리는 신화를 만들고 있다. 그 상자가 서기 21세기의 현대 문명 안에 옛 것 그대로 존재한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학계에서는 논쟁이 심하다. 이제 우리는 악숨에서 이 상자를 추적해 보기로 한다. 고고학에 관한 한, 보지 못한 것에 대하여 단언하지 않으며, 확인되지 않은 것은 믿지 않으며, 보고 확인한 것에 대해서는 의심하라고 한 시카고 학풍을 배신한 적이 없는 필자를 독자들은 믿고 따라와 보시기를 바란다.
에티오피아의 최북단 도시 악숨을 서쪽으로 바라본 풍경. 가운데 광장을 두고 왼쪽(남쪽)으로 에티오피아 정교회(성 마리아 찌욘교회)의 지붕이 보인다. 그 옆으로 사진에는 보이지 않으나 법궤를 모신 성소가 있다. 광장의 북쪽으로 비석공원이 있다. 정교회의 축일에 신자들이 광장에 모여서 축제를 하고 있다. 필자의 고고학 발굴지는 광장에서 서쪽으로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곳에 있다./고세진
에티오피아의 최북단 도시 악숨을 서쪽으로 바라본 풍경. 가운데 광장을 두고 왼쪽(남쪽)으로 에티오피아 정교회(성 마리아 찌욘교회)의 지붕이 보인다. 그 옆으로 사진에는 보이지 않으나 법궤를 모신 성소가 있다. 광장의 북쪽으로 비석공원이 있다. 정교회의 축일에 신자들이 광장에 모여서 축제를 하고 있다. 필자의 고고학 발굴지는 광장에서 서쪽으로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곳에 있다./고세진
‘계약의 상자’(법궤)란 무엇인가?

구약성경은 여호와라고 하는 신(神)이 이스라엘 민족을 자신의 백성으로 삼는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그 신은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셰에게 아카시아 나무로 상자를 만들게 하고 그 안에 자신의 열 가지 계명들(십계명)을 새긴 돌판 두 개를 담게 하였다고 한다. 법궤의 안팎은 금으로 입혔다. 그 때가 대략 서기전 14 – 13 세기경이었다. 상자의 크기는 대략 가로 112.5 cm에 세로와 높이 모두 각각 67.5 cm 정도였다. 뚜껑에는 두 천사들이 마주보며 앞으로 날개를 펼쳐서 서로 닿는 형상을 만들어 올려놓았다. 그 상자를 ‘계약의 상자’라고 하는데 언약궤, 증거의 궤, 법궤라고도 부른다.
왼쪽은 구약성경에 있는 제작 규정을 가지고 상상하여 그린 계약의 상자(법궤). 오른쪽은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법궤 다음으로 중요한 메노라 촛대가 조각된 장면. 로마에 있는, 티투스 장군의 개선을 기념하는 아치의 안쪽에 로마 군인들이 메노라 황금촛대를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져 오는 장면을 조각하여 놓았다. 서기전 70년의 사건이었다./고세진
왼쪽은 구약성경에 있는 제작 규정을 가지고 상상하여 그린 계약의 상자(법궤). 오른쪽은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법궤 다음으로 중요한 메노라 촛대가 조각된 장면. 로마에 있는, 티투스 장군의 개선을 기념하는 아치의 안쪽에 로마 군인들이 메노라 황금촛대를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져 오는 장면을 조각하여 놓았다. 서기전 70년의 사건이었다./고세진
계약의 상자(법궤)에 대한 이스라엘 민족의 태도

계약의 상자(법궤)는 고대 이스라엘 민족이 공동으로 소유하였던 물건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보물이었다. 법궤는 여호와 신과 동일시되거나 그 신의 임재를 상징하였기에 그 신이 선택한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과 직결되어 있었다. 서기전 10세기에 가나안 땅을 통일하고 히브리 왕국을 세운 다비드(다윗) 왕은 법궤를 예루살렘에 안치하였다. 그의 아들 슐로모(솔로몬)는 화려한 성전을 짓고 그 안에 법궤를 모셨다. 성경에는 법궤를 만들 때의 규정이나 이동 경로나 성전에서 차지하는 의미에 대해서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법궤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사라진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이 없다. 그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왜 성경(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렇게 귀중한 법궤의 사라짐에 대해서는 침묵하였을까?

성경이 그에 대해서 침묵하더라도 외부적인 자료들이 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성전에 있던, 법궤 다음으로 중요한 ‘메노라’라는 가지가 일곱 개인 황금 촛대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도 성경에는 없으나 외부 기록에는 있다. 즉, 티투스 장군의 지휘로 로마 군대가 서기 70년에 예루살렘 도시를 파괴할 때에 성전도 파괴하고 메노라를 로마로 가져갔다. (이것은 성전의 두 번째 파괴였다.) 그것을 로마에 있는 개선문의 안에 조각하여 놓았다. 이렇듯, 법궤에 대한 것도 성경이 침묵하더라도 어떤 외부 기록이 있을 법도 하다.

엉뚱한 곳 아프리카에 ‘나타난’ 계약의 상자(법궤)

필자가 예루살렘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때에 계약의 상자(법궤)를 찾는 고고학 발굴에 참여해 달라는 미국인 고고학자들의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사해 북단에 있는 쿰란(Qumran)에는 입구가 막힌 동굴들이 많이 있는데, 내시경을 들여보내 탐사한다는 계획이었다. 쿰란은 20세기 인류 최대의 고고학 발견이라는 사해사본(구약성경사본)들이 출토된 곳이다. 그곳 어딘가에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해사본과 함께 계약의 상자를 숨겨 놓았을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필자는 참여하지 않았고 그 발굴사업은 수년간 진행되었으나 성과는 없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있는 사해의 북단 지점 쿰란에 산재해 있는 동굴들. 그곳에서 서기전 1-2세기에 양 가죽을 다듬어서 잉크로 베껴 쓴 구약성경사본이 발견되었다. 이것들을 사해사본이라고 부른다. 20세기 고고학의 최대 발견이다./고세진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있는 사해의 북단 지점 쿰란에 산재해 있는 동굴들. 그곳에서 서기전 1-2세기에 양 가죽을 다듬어서 잉크로 베껴 쓴 구약성경사본이 발견되었다. 이것들을 사해사본이라고 부른다. 20세기 고고학의 최대 발견이다./고세진
근동고고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서기전 587년에 바빌론 제국이 침공하여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하던 때에 법궤도 함께 파괴되었다고 본다. (이것이 성전의 첫 파괴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히브리인들이 법궤를 미리 안전하게 딴 곳으로 옮겼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구약성경이 바빌론의 침공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면서 그 때에 법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빌론으로 가지고 갔다는 증거도 없다. 그 때 성전에 법궤가 있었다면, 금으로 안팎을 입힌 법궤를 바빌론 군대가 버렸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법궤는 그 전쟁 전에 이미 성전에서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스라엘과 그 주변의 근동(近東)이 아닌 아프리카의 한 지방, 악숨에 사는 사람들이 법궤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 주장을 거의 2천년 동안 대대로 하고 있다. 거짓이라면 그렇게 줄기차고 일관되게 주장할 수 있을까? 그들의 역사책은 시바의 여왕 마케다의 아들이 예루살렘에 갔다가 돌아올 때에 법궤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서기전 587년보다 더 오래 전의 일이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그 법궤가 지금도 악숨에 존재하고 있다고 진지하게 주장한다.(2편에 계속)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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