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설득의 달인 맹자>
(조성기): '군자는 상대방이 도리에 맞는 말을 하면서 속이려 할 때는 이리저리 따지지 않고 그냥 속아 주는 법이다(君子可欺以其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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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사람이 정자산에게 살아 있는 희귀한 물고기를 선물로 주었다. 정자산은 그 물고기가 잡아먹기에는 아까운 고기로 여겨져 연못지기에게 부탁하여 그 고기를 연못에 넣어 잘 기르도록 하였다.
그런데 연못지기는 어디서 그 고기가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는 몰래 삶아 먹고 말았다. 정자산이 고기가 잘 자라고 있나 살펴보려고 연못으로 나왔으나 그 고기가 눈에 띄지 않았다.
“내가 선물로 받았던 그 고기가 어디로 갔느냐?”
이러한 정자산의 물음에 연못지기는 시치미를 떼고 대답했다.
“깊은 곳으로 갔습니다.”
“깊은 곳으로 가다니?”
정자산은 연못지기의 아랫배 부근을 넌지시 바라보았다.
“연못에 넣어 주니 처음에는 비실비실하다가 차츰 생기를 되찾아 꼬리를 힘있게 흔들면서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더니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저기 깊은 강물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연못지기는 연못에 물을 대주는 저쪽 강줄기를 가리켰다.
“제 살 곳으로 갔구나! 제 살 곳으로 갔어(得其所哉).”
정자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못지기가 가리키는 강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연못지기는 정자산이 돌아간 후 친구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누가 정자산을 가리켜 지혜로운 자라고 하는가. 내가 몰래 삶아 먹은 것도 모르고 고기가 제 살 곳으로 갔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란 말이야. 똑똑하다는 선비도 별 수 없어.”
이러한 정자산과 연못지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 맹자는 만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였다: “정자산이 정말 모르고 고기가 제 살 곳을 찾아갔다고 말했겠는가?”
“정자산 같은 사람이 연못지기가 고기를 삶아 먹은 사실을 몰랐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며 연못지기를 더 이상 문초하지 않았겠느냐?”
만장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건 연못지기가 너무도 이치에 합당하게 말하므로 어떻게 꼬투리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바로 그렇다. 군자는 상대방이 도리에 맞는 말을 하면서 속이려 할 때는 이리저리 따지지 않고 그냥 속아 주는 법이다(君子可欺以其方). 그렇게 상대방의 간교함을 받아들임으로써 상대방이 스스로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