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문턱서 사람들이 본 건..." 임사체험 본 암병원 의사 증언
업데이트 2022.10.24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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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의 '살아내다' 칼럼 중.
매일 말기 환자들의 ‘살기 위한 전쟁’을 목격하는 김 교수는 칼럼에서 그 누구도 예단하지 못하는 죽음에 관해 말합니다. 고통이 심해 늘 “빨리 죽게 해달라"던 60대 폐암 환자는 정작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자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았다고 합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유턴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경험한 건 무엇일까요? 영상과 글로 보세요.
살아가는 시간은 죽어가는 순간의 연속이자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
또래들이 아무 고민 없이 대학에 갈 때 스스로 장례식장을 택했던 청년 최대영씨 등 장례지도사 20명이 '잘 보내는 일'에 대해 쓴『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 문장을 읽기만 해도 갑자기 우울해지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겁니다. 모두 두려워서 멀리하고만 싶은 게 죽음이라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매일 죽음, 혹은 죽음의 문턱에 서서 살아내는 이들과 마주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는 이들이 극한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 제멋대로 짐작합니다. 하지만 정작 죽음과 마주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오히려 죽음을 통해 삶의 깊이를 이해하게 되면서 위안을 받는다고 합니다.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참된 삶이 무엇인지 가르침을 받는다는 거죠. 죽음의 눈으로 삶을 바라볼 때 삶은 더 생명력 넘치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실제로 말기 암 환자를 치료하는 종양내과 전문의인 김범석 서울대 암병원 교수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거라 생각하지만 때로는 환자가 의사를 치료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담은『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에서 "어떤 죽음은 분명히 아직 남아 있는 이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언젠가는 찾아올 '나의 죽음'을 마주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죽음을 접하며 삶이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는 얘기일 겁니다.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도 결국 죽음을 기다리는 일밖에 남지 않은 말기 환자를 돌보는 한의사인 김은혜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연구교수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곤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지선 한동대 교수처럼 직접 죽음과 대면한 후 새 삶을 찾은 이도 있습니다. 스물세 살에 교통사고로 중화상을 입어 40번 넘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이겨내고 말 그대로 두 번째 인생을 되찾은 그는 "죽음과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인생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깜깜해지는 동굴이 아니라 환한 빛이 기다리고 있는 터널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우리는 가급적 죽음에서 멀찌감치 고개를 돌리라는 유무형의 압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죽음은 언제 어디서든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비단 웰빙(잘 사는 것) 못지않게 웰다잉(잘 죽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서가 아니라, 매 순간순간 잘 살아가기 위해 죽음을 가까이하는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10월 24일) 김범석 교수의 영상 칼럼을 시작으로 이번 금요일(28일)부터 새로운 칼럼 시리즈 '살아내다'를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죽음 문턱의 암 환자를 치료하는 김범석·김은혜 교수, 죽음을 수습하는 최대영 장례지도사와 무연고자 장례를 대행해주는 나눔과나눔의 김민석 팀장, 그리고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영케어러 문제를 실제 경험을 녹여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기현 작가. 이들 6명의 각기 다른 삶의 이야기가 담긴 '살아내다' 연재를 오는 28일부터 내보냅니다. 독자 여러분이 댓글로 상담을 요청하면 영상에 참여하는 필진이 다음 영상을 통해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해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안혜리 논설위원
아래는 김범석 교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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