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고래 똥엔 철분 가득… 기후변화로 개체 수·공급량 줄어 철분 먹고 자라는 식물성 플랑크톤 감소… 먹이사슬에 악영향
남극해의 먹이사슬은 플랑크톤, 크릴, 물고기, 펭귄, 고래 등으로 연결돼요. 생물들의 개체 수뿐만 아니라 각 생물의 '똥'도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답니다. 4월 1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스페인 안달루시아 해양과학연구원 연구진의 '턱끈펭귄 배설물<사진①>이 줄어 남극해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어요.
연구진은 남극에 있는 디셉션섬에 드론을 띄워 턱끈펭귄의 개체 수와 배설물량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턱끈펭귄이 배설물을 통해 매년 남극해에 521t(톤)의 철분을 공급한다고 분석했죠. 또 기후변화로 턱끈펭귄 개체 수가 1980년과 비교해 50% 감소했고, 철분 공급량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 남극해 생태계가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펭귄 배설물에 들어 있는 철분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죠. 플랑크톤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하위 생물로, 크릴의 먹이가 돼요. 크릴은 펭귄이나 작은 물고기는 물론 고래의 먹이가 되죠. 즉 '펭귄 똥' 감소는 먹이사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겁니다.
앞서 2010년, '고래 똥'이 크릴의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미국 버몬트대와 하버드대 공동 연구진은 고래가 바다 바닥에서 크릴을 먹고 수면으로 올라와 배설하는 것에 주목했어요. 크릴은 수면에 퍼진 고래 똥에서 철분을 흡수해 개체 수를 늘리죠. 연구를 진행한 매슈 사보카 박사는 "대형 고래는 움직이는 크릴 가공 공장"이라고 설명했답니다.
한편, 똥을 통해 바닷속을 청소하는 해양생물도 있습니다. 해삼이 그 주인공인데요. 해삼은 바닥을 기어 다니며 바다 침전물을 모아요. 침전물에서 영양분이 될 만한 유기물을 골라 먹기 때문에 해삼이 배설한 대변은 깨끗한 모래<사진②>랍니다. 펭귄과 고래는 철분이 가득한 똥으로 플랑크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해삼은 깨끗한 모래를 배설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