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치매 없는 노인 - 성경을 놓지 않았다(조선일보)

달무리지는 2024. 7. 25. 07:58

2년만에 만나도 인지능력 그대로...100세인이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은

[장수의학자 박상철의 노화혁명]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4.07.24. 20:40업데이트 2024.07.24. 23:03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에 사는 이을향 할머니를 찾았다. 마침 다음 날이 할머니 백수연이라 온 가족들이 찾아와 가족 모임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건강 상태나 인지 능력은 2년 전에 만났을 때와 전연 차이가 없었다. 마치 시간이 정체되어 있는 듯하였다.

할머니는 앉으나 서나 돋보기를 쓰고 성경을 읽으며, 다 바래고 헐어진 찬송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할머니는 당신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가족들이 모두 온전하게 살고 있는 것이 모두 주님의 뜻이고 은총이라고 굳게 믿는다.

백세인의 절실한 신앙심은 소록도에서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나병 때문에 10대, 20대부터 소록도에 격리되어 칠팔십 년을 넘게 살아온 그들의 삶에 신앙은 절대적이었다.

기독교 신자인 백세인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수인사를 하자마자 할머니가 되물었다. ”선상님, 예수 믿지요?” 조사가 시작되어 몇 질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또 물었다. “선상님, 예수 믿지요?” “예수 믿고 천당에 갑시다” 동일한 질문과 다짐이 되풀이되었다. 할머니에게는 오로지 예수 믿는 일이 절대적 과제였다.

 

“예수 믿고, 궂은지 좋은지 모르고 살았어” “속에 맺힌 것 참고 넣어두어야 해. 예수님은 다 알아줘” “예수가 없었더라면 약이라도 먹고 죽었을 거야” 나환자로서의 처참한 현실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신앙 때문이었음을 고백하고 있었다.

삶의 어려움과 고통을 종교에 의지하여 극복하고 살아온 백세인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점점 많아져 가는 외롭고 힘든 장수인에게 종교가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