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마이크 휴스(Hughes)는 스턴트맨이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 2020년 2월 직접 만든 로켓을 타고 지상 100km까지 올라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지구가 둥근 공 모양이 아니라 평평한 판(板)이라는 것을 제 눈으로 보고 오겠다고 했다. 이륙 직후 오작동을 일으켰고, 캘리포니아 바스토 사막에 추락했다. 그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어느 나라든 이런 사람들은 있다. 국제적 연대(連帶)도 한다. 책 ‘과학 부정론자에게 어떻게 말을 걸까’를 쓴 리 매킨타이어는 이런 부류의 공통점을 분석한다. 9·11 테러를 부시 정부가 꾸민 짓이라거나, 코로나 백신에는 인류 멸절의 음모가 숨어 있다거나,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온난화는 정치적으로 오염된 일부 기상학자의 과장일 뿐이라는 ‘믿음’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 과학을 부정하는 ‘거짓 믿음’이 횡행했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머리에 구멍이 뚫린다거나, 세월호도 천안함도 미국 잠수함에 부딪혔다거나, 사드 기지 전자파를 쬐면 몸이 튀겨질 것이라거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때문에 수천 명이 죽었다거나, 하는 ‘믿음’이다. 이를 선동하는 정치인과 일부 매체가 나라를 혼란 속에 밀어 넣었다.
이런 거짓 나무가 가지를 뻗는 것은 현실과 과학을 부정하는 소수 좌파 세력이 단단한 바닥 토양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대깨문’은 무시무시한 말이다. 이마가 두 쪽이 나도 문재인 지지자로 남겠다는 뜻이다. ‘임 향한 일편단심’을 읊었던 조상님들의 충심을 잘못 배운 탓일까. 정치적으로 삿된 토양을 만들었고 후쿠시마 거짓 프로파간더가 작동했던 것이다.
대깨문에서 드라마틱하게 분화하고 자생한 그룹이 이른바 ‘개딸’이다. 그들은 아침저녁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평범한 우리 이웃이겠지만 속 생각은 대깨문의 이재명 버전이랄 수 있는데, 그들이 이루는 토양이 있기에 ‘대통령, 법무장관, 변호사 30명의 심야 음주 가무’라는 거짓 다큐가 횡행할 수 있었다. 지금도 ‘청담동 술자리’ 전파자는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술자리를 사실로 주장하는 유튜브 채널이 한둘이 아니며,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마치 평평한 지구론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청담동 술자리를 사실로 굳게 믿는다는 맹세를 쏟아놓고 있다.
휴스가 평평한 지구론을 전파하고 있었을 무렵 한국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며 세계를 속이고 있었다. ‘북 비핵화 확신론’이나, ‘청담동 술자리론’이나 거짓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부패 토양은 본질적으로 같다. 그 뒤 ‘청담동 술자리’를 전 국민 앞에서 주장했던 사람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고, ‘김정은 비핵화’를 보증했던 사람은 북 탄도미사일이 동해 쪽으로 쏟아지는데도 어떤 반성도 사과도 없이 한가롭게 감자나 심고 있다.
저런 신념은 사실들을 쌓아서 얻은 축조물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사회적 맥락’으로 형성한 거미줄 같은 것이다. 김해영 전 의원이 질타한 “집단적 망상”이 그것이며, 특정 세력의 ‘묻지 마 지지’가 그것이다. 그들은 ‘열린 우리’가 아니라 ‘닫힌 우리’다.
대통령을 깡패에 비유하는 막장 발언으로 야당 대표는 품위를 포기했다. 토착 카르텔 비리와 대북 송금 비리의 제1 용의자로 지목받는 상황이다. 탄압받고 얻어맞았다고 자꾸 떠들면 정치적 자해공갈범으로 비칠 수도 있다. 다만 그 바탕에는 ‘대깨문’ ‘조국 수호’ ‘개딸’로 이어지는 맹목(盲目)의 대물림이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재명을 흰 눈처럼 깨끗하다고 믿는 사람은 전향하지 않는다. 마법 같은 설득의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크 트웨인은 “그가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를 속이는 일이 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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